01.
그냥 꾸준하게 적는 습관이라도 들이고자 마음먹어봤자 결국 얼마 못가고 한참을 또 게으름피우다가 그냥 생각날때나 한번 들어오고 그러는거지 뭐. 생각할수록 예전에는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신기할 일이 한두개가 아니네. 꼬박꼬박 기록을 하고 일을 하고 짐을 갔다오고 식단정리를 따로 챙겨두고... 반은 안되도 반의 반이라도 하자 소리를 또 하고있다 의지도 없으면서. 나이가 들면서 그러는건 그냥 꼰대라고 하던데(근데 맞는듯)




02.

시간은 지났지만 어쨌든 18일의.

겨우 이년인데도 왜 이렇게 오래전 이야기 같은지 모르겠다. 그 날은 추웠고, 비가오는 새벽에 나는 잠깐 깨서 시간을 확인하려고 폰을 켰고, 제일 처음보게 된 카톡은 오랜 친구의 위로였다. '사망소식에 상심했을 것 같아 위로의 마음을 전하려 연락해 봐 물론 시차 때문에 내 연락 보고 알 수도 있겠지만... 너무 안타깝고 그러고 너 생각 나서 연락했어' 멍하니 그걸 보고있다가, 포털사이트로 가기도 전에 나는 단번에 너의 뜻인걸 한번에 알아차렸고 사고사가 아니라 그냥... 좋아하면서 늘 두렵고 무서워하던 것이 일어났구나 싶어 서러웠던 기억이 난다. 나를 위로해주며 일을 갔다오라고 해주던 LS이, 그렇게 어른스럽게(그야 나보다 어른이지만) 나를 달래주던 목소리가 어떡하냐면서.. 유서가 떴다고 오열하던 목소리가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네가 마지막으로 올렸던 곡을 계속 듣던 날과 그 이어지던 날들이 아직도 선명한데 이렇게나 뚜렷한데도 또 그게 너무 오래전 이야기같지.

사랑하는 나의




하여간 평생에 그런애는 다시 못볼거야 절대 내가 좋아할 수 없는 모든 예민함과 불안정함 약함과 그걸 감추려고 나왔던 허세 어느정도의 자기혐오와 동정이 넘치던 그렇지만 그게 한번도 싫지 않았어 어떻게 싫어하겠어 그냥 너무너무 안타까웠던... 아픈손가락 같던 하나. 그냥 그런 타입의 사람(아이돌)을 좋아하는 일은 앞으로 평생 없을거야 아마도. 보고싶다.



02-2.


그래서 뭘 샀느냐면 꽃대신 작은 소파를 하나 샀다. 생각지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생활때문에 갑자기 늘어나는 짐들이 부담스러워서 사기보단 버려야하는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게 아니면 무조건 침대더라고. 물론 소파라고 사놓고서 열심히 여기서 잠을 자고 있지만 방은 방이고 거실은 거실이고 침대는 침대고 소파는 소파베드라네.





03.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음식이 자꾸 들어간다. 양파와 와인을 잔뜩 넣고 졸이다가 소고기와 감자 버섯등을 넣고 아주 오랜시간 익혀 만든 스튜를 한가득 만들어놓고 야금야금 꺼내먹기도 하고 가지를 볶아서 밥위에 올려먹기도 하고. 나는 크림치즈를 잔뜩 얹은 뒤 오이를, 그리고 크림치즈라는 말에 우웩 소리를 내는 귀여운 미셸. 크림치즈 미워하지마, 왜 크림치즈 싫어해? 크림치즈도 감정있고 상처받아. 크림치즈 좋아하는 사람 다 퍼가...

 

04.

그런타입의 아이돌이 아닌 정말 새로운 아이돌을 좋아하고 있다는게 조금 민망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건 좋아하는거고 이진혁은 비교대상이 없는 아이돌계의 전혀 다른 어쩌구로... 야 모르면 말을 말어. 하여튼 산타할아버지 제 소원 어차피 안들어주실거 아니까 얘 소원은 꼭 들어주세요, 저는 알아서 적당히 잘 살고 있답니다. 물론 시간 나시면 제 소원도 같이 들어주셔도 돼요.



05.


올해의 마지막(아마도) 네일. 끝! 크리스마스다운 걸 하겠다며 생각했지만 역시 빨갛고 파랗고를 한번에 바를 용기가 없다... 취향이란게 그런거지.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것들도 몇가지정도는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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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거짓말처럼 감기에 걸리고. 출근하는 동생을 보내고 다시 침대에 기어들어갔다가 알람도 맞춰두지 않고 든 아침잠 후에 커피 한잔을 내려서 발코니에서 바깥구경하기. 벌써 잎을 다 드러내 바싹 마른 검은 가지를 보이는 나무와 곧 그렇게 될 나무들을 보다가 그것보다 한참 작은 사람들이 움직이는걸 보다가 부지런하게 돌아다니는 그 움직임에 감탄하면서 커피를 한잔 더 내려마시고. 아파서 그래 아파서 하는 핑계를 대보고.




01.

동생과 함께 지낸지 요 몇달동안의 감상. 원래도 각자 개인의 생활을 존중하자는 건 가족중에서도 제일 잘 맞는 편이었던터라 집에 있어도 별로 부딫힐 일 없이 원래의 생활과 큰 차이 없는 밋밋한 생활을 보내다가도 이런걸 보면 신기한 기분이 들게된다. 혼자 산다면 절대 안해먹을 부대찌게같은 음식들을 하면서, 냉장고에 들어가있는 김치(세상에)통과 엄마가 바리바리 싸다준 햇반과 김같은걸 보면서. 언젠가 mbti를 하면서 어떻게 하나도 같은 게 없을수가 없냐고 깔깔 웃었는데 어쩜...

박스채로 쌓인 햇반을 보면서 니가 다 먹어 하면 완전 땡큐지 라고 하는 동생님. 퇴근에 맞춰 동네 마트에서 만나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도 어느 치즈를 살까에 한참 논의하다가 결국은 동생이 좋아하는 치즈를 골라 넣고 툴툴거리고 있노라면 어휴 소리를 입밖으로 내고는 내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사오는 깜찍한 짓을 한다. 미안 사실 고트치즈는 내가 따로 샀어. 저 먹으라고 하지도 않는데 사는 것 조차 싫어할건 뭐람.




01-b.

그래도 보통으로 먹던대로 줘도 잘 먹기는 한다. 소시지를 자르다가 얼굴이 있어! 하고 찰칵 사진을 찍기.



02.

나이가 들면서 어쩔 수 없이 대화의 폭이 좁아지고 주변의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 외의 모든것에 미지근해지고 이런 모든것들이 너무 당연하다는 사실이 좀 시시하고 재미없고 요즘의 나는 좀 많이 재미없는 사람이란 생각을 하게된다. 식물처럼 집에만 있어서 그런게 아니겠냐는 말을 하고는, "빛이라도 많이 받아야 할텐데"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전화라서 내 끄덕임을 들을 수도 없을텐데도- 비가 오는 계절이잖아, 그래서 그런가봐. 또 비죽비죽 튀어나오는 내 변명에도 "글쎄," 가차없다. 좀 이런 류의 사람이 인생에 필요한것도 맞는데 듣기 싫은 소리를 하면 입을 다물거나 말을 돌려버리는 어른으로 자라버렸으니 어쩌겠어. 그마저도 그러려니 하는 정말 그냥저냥의 사람이 되어버렸다. 재미없단 소리를 들어도 유죄다.



03.

올 초 2월 이후로 한번도 비운적이 없은 손끝. 가을이니까 레드 앤 블링. 내 맘이야.




04.

재미없는 요즘에 유일하게 재미있는거 하나. 가 아이돌이냐며 또 비웃지만 어쩌겠어요? 지금까지 좋아했던 모든 아이돌이 얘를 만나기 위해 있던거야 같은 소리마저 하고있다. 저 끝이 까슬하면서도 부들부들할거같은 직모머리와 흘렁한데 어깨부분만 판판해진 등판을 보면서... 올해의 제일 잘한 소비는 에어랩도 아니고 마스크도 아니고 토스터기도 아니고 이진혁 팬쉽이라고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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