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해당되는 글 767건

  1. 땡스. 기빙. 2019.10.18

땡스. 기빙.

from 카테고리 없음 2019. 10. 18. 06:53

01.


크리스마스 쯤 해서 한국에 또 나가기로 한 엄마 일정을 생각해 터키디너는 이번이 아니면 안될것 같아서 급하게 언니가 준비한 화려한 땡스기빙디너. 심장까지 갈아넣은 스터핑에 몇일을 고아낸 수프로 루를 만든 그레이비까지 어느 것 하나 손 안들어간게 없는 음식을 먹으면서 든 생각이지만 나한테 가장 큰 운은 가족인거 같아. 자신만만하게 레터링 해줄까 하던 치즈케이크 위의 엉성한 글씨를 보면서 웃고 떠들고 샴페인과 와인을 마시고... 아빠보고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빠가 있었다면 지금의 내가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과는 다를거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참 아이러니한 일이지 실제로는 없기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를 하며 아름답게 기억하고 싶은 모습만 추억할 수 있다는거 살아있는 사람의 특권이고 오만이고 뭐 그런 거 같다는 이야기들. 말 그대로 땡스기빙이지 하는 말에 그렇네, 대답해줬다. 

 

01-b.

땡스기빙하면 늘 생각나




02. 

진담섞인 농담으로 은근슬쩍 결혼하면 하우스 사줄수 있는데 하는 엄마한테 나는 지금 사는 아파트로 충분히 만족하거든요 하다가도 언니집에 갈때면 높은 층고를 느끼면서 좋긴 좋구나 생각... 하다가도 그 넓은 집을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퇴근하자마자 청소하느라 바쁜 형부를 보고있자면 그냥 놀러가는걸로 만족할래. 언니집에서 제일 좋아하는건 지하의 무비룸(이유:안마의자가 있어서)과 2층의 이 큰 창이 보이는 이 자리인데 보면서 언젠가 첼시와 샬롯도 여기에 앉아 이걸 구경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날이 올까를 늘 상상한다. 어렸을적 새벽에 이층 계단 중간에 앉아 하염없이 바스락거리는 나뭇가지들을 보던 나처럼.

이따금 조카들에 대해 부럽다는 이야기를 언니와 나누다가도 그래도 우리도 꽤 괜찮았어 그치? 하며 결론을 내지만 역시 부러운건 부럽나봐. 셋방살이의 고난이라고는 조금도 기억에 남아있지 않으면서도 커다란 방에 가득 차있는 장난감이나 푹신하고 비싼 침대나 얼마전에 사준 인형의 집 같은걸 보며 괜히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비교를 해본다. 그나마 기억나는 것도 에피소드로 적당히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건 역시 지났기 때문이겠지. 깡깡얼은 사과잼을 두드려 깨 꺼내준 엄마에게 사탕같다며 즐거워하며 숟가락 통째로 입안에 넣고 빨아먹던 기억같은거. 우리는 그래도 나쁘진 않았는데 엄마는 어땠을까? 물어보면 오래전이라 기억안난다고 하겠지. 그런 이야기를 하며 케이크를 먹고 와인을 마셨다. 레터링은 끔찍하지만 역시 트리스오가닉 치즈케이크는 맛있어...
 


03.


어나더 땡스기빙? 아드님을 보고와달라는 친구의 부탁에 일단 표를 받기는 했는데. 



04. 

가십으로 이야기 하고 싶지 않고 그냥 잊혀지길 바랬다면 잊혀지는 대로 그렇지 않다면 기억되는 대로... 왜 미움받는 애들을 좋아하냐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스쳐지나간다. 그게 아닌데... 그게 아닐텐데



05.

니가 웃으면 나도 좋아 어쩌구... 어쩌다 그렇게 됐냐는 말에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 라고 대답하는 요즘 

,